모듈 2에서 "AI의 대답은 읽기(프리필)와 쓰기(디코드), 두 단계"라고 배웠습니다. 지난 1년 사이 세계 AI 인프라 업계는 이 두 단계를 아예 다른 컴퓨터에 나눠서 돌리는 방식으로 조용히 갈아탔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게 어떤 결과를 냈는지, 그리고 소규모 장비(GPU 한두 장)인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지 — 배경지식 없이도 따라올 수 있게 풀어봅니다. (2026년 중반 기준, 빠르게 변하는 분야입니다.)
이 모듈의 출발점은 AI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는 국내 엔지니어의 SNS 포스트입니다. 요지는 도발적입니다 — "AI 추론 인프라 시장은 지난해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는데, 대부분은 여전히 GPU 용량 계산(모델 무게 + KV 캐시)만 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이런 수수께끼를 던집니다:
참고로 "모델 무게 + KV 캐시"로 GPU 용량을 계산하는 것은 정확히 우리가 모듈 3~4에서 배운 산정법입니다. 그 산정법이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 한 대의 컴퓨터 안에서는 여전히 그게 정답입니다. 바뀐 것은 수십~수백 대의 GPU로 대규모 서비스를 할 때의 설계 방식입니다.
모듈 2의 핵심을 한 번 더 짚습니다. AI가 답을 만드는 과정은 두 단계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정반대인 두 일을 같은 GPU 한 장이 번갈아 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손해가 생깁니다 — 긴 문서를 읽는 동안(프리필) 답을 기다리던 다른 사용자들의 쓰기(디코드)가 멈추고, 반대로 쓰기를 겹쳐 돌리자니 읽기가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업계가 찾은 답은 단순하고 과감합니다. 프리필 전담 GPU 무리와 디코드 전담 GPU 무리를 아예 따로 두는 것입니다. 영어로 PD 분리(Prefill-Decode Disaggregation)라고 부릅니다. 읽기가 끝난 중간 결과(KV 캐시 — 모델이 읽은 내용의 메모장)를 디코드 무리로 넘겨주면 됩니다.
실제 규모의 사례로, 대형 오픈 모델 DeepSeek-V3의 운영 구성은 프리필 32장 : 디코드 320장 — 대략 1:10입니다. 이렇게 나눴더니:
이제 첫 수수께끼가 풀립니다. 서버가 10배 필요해진 것은 프리필·디코드를 나누고 디코드 쪽에 GPU를 몰아주는 새 설계 때문이고(1:10을 보세요), 토큰 값이 10배 싸진 것은 그렇게 나눈 덕에 GPU 한 장이 노는 시간 없이 일해서입니다. 장비는 늘고, 장비당 생산성은 더 크게 늘었습니다 — 그래서 GPU 판매량이 폭증하면서 동시에 토큰 값이 떨어지는, 언뜻 모순 같은 두 곡선이 함께 갑니다.
모듈 3에서 배운 MoE(전문가 혼합 — 필요한 전문가만 깨워 쓰는 모델)와 PD 분리는 특히 궁합이 좋습니다. 통합 방식의 MoE 서빙에는 악순환이 있었습니다:
대형 MoE 모델 Kimi K2.7이 H200 128장에서 초당 디코드 토큰 28만 8천 개를 낸 실측이 이 조합의 대표 사례입니다. 우리가 주력으로 고른 Gemma 4 26B-A4B도 MoE죠 — 규모는 다르지만, "MoE는 배치를 채워야 진가가 나온다"는 원리는 우리 서버의 --parallel 슬롯 설정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 분야 글에는 도구 이름이 쏟아집니다. 각각 무슨 역할인지 이름표만 붙여두면 뉴스가 읽힙니다:
| 이름 | 역할 (비유) |
|---|---|
| vLLM / SGLang | 대규모 서빙 엔진 — 식당의 주방 시스템 전체. 우리 llama.cpp의 "수백 GPU급 형님들"(모듈 4) |
| Dynamo (NVIDIA) | 분리된 주방·홀 전체를 지휘하는 총괄 매니저(오케스트레이터) |
| Mooncake | 읽어둔 내용(KV 캐시)을 GPU 밖 일반 메모리·SSD까지 넓혀 보관하는 창고 시스템 |
| LMCache | 같은 문서를 또 읽을 때 재활용하도록 캐시를 나눠주는 배급소 |
하드웨어도 이 방향으로 진화 중입니다 — NVIDIA의 차세대 플랫폼은 프리필용 칩과 디코드용 칩을 아예 따로 설계해 한 시스템에 담는 구성을 예고했고, 모듈 7에서 본 텐스토렌트는 초고속 내장 메모리(SRAM)로 디코드 특화 장비를 훨씬 싼 가격에 내놓는 전략입니다. "읽기와 쓰기는 다른 일"이라는 인식이 칩 설계까지 내려간 겁니다.
솔직하게: PD 분리는 수십 장 이상의 GPU로 대규모 서비스를 할 때의 설계입니다. GPU 한두 장인 우리 서버에 가져올 기술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모듈을 심화에 넣은 이유가 있습니다: